취업

인공지능(AI), 채용평가에 도입...취준생은 갸우뚱

"로봇이 사람을 평가한다? 인공지능은 기술 진보의 주축이 되고 있지만, 인간미 없고 삭막하게 변하는 것 같아요"

2019년도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국내 주요 기업에서 신입·경력사원을 모집하고 있다. 그 가운데 서류 전형과 면접 등 채용과정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지원자의 성향과 표정, 말투 등을 분석해 평가하는 AI 채용이 취업준비생들 사이 핫 키워드로 뜨고 있다.

채용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시작한 AI 채용은 올 상반기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LS그룹 4개 계열사에서 AI 채용을 진행했으며, 이번 하반기에는 6개사까지 확대 추진한다. 롯데그룹은 올 하반기 채용부터 전 계열사의 서류전형 심사에 AI 시스템을 활용하기로 했다.

현재 서류 접수를 마감한 현대차그룹도 이번부터 AI 자기소개서 검증 시스템을 도입해 불성실한 지원자를 식별하고 서류 검사 기간을 단축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CJ 계열사와 기아차, KB증권 등이 잇달아 채용 과정에 AI을 도입해 인재를 선발할 계획이다.
모의 면접에 참가한 취업 준비생들 사진
모의 면접에 참가한 취업 준비생들 사진
이들 기업은 AI가 채용 과정의 공정성과 편의성 증진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이지만, 정작 이 시스템의 평가 대상자인 취준생들은 취지는 좋으나 아직 시스템이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고 가이드라인도 없어 난해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반기 취업을 준비 중인 변모(30) 씨는 "인공지능이 정교해지면서 오차율이 낮다라는 분석에 신뢰는 가지만, 나를 평가한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부담이 된다. 그동안 준비한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또다시 검토하고 자문을 구하는 중"이라고 털어놨다.

또다른 취준생 최모(28·여) 씨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인재를 선별할 수 있다는 장점에서는 좋다. 하지만 실행에 앞서 취업준비생에게 어느 정도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듣기로는 단어(키워드 중심)으로만 작성하고 문장을 끝내지 않아도 합격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27) 씨는 "특정 단어의 언급횟수나 표절검사와 같이 단순한 방식으로 측정이 이뤄진다고 들었다. 그러나 인사담당자들은 회사에서 선호하는 키워드를 많이 적으면 좋다고는 하는데 누구의 말이 맞는지 혼란만 가중시킨다"고 하소연했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구직자 158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AI 채용전형 대비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4.8%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아직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3.2%는 'AI 채용을 준비하고 싶지만 정작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고 답했다.

또다른 취업포털 사이트의 구직자 437명 대상 'AI 채용'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42.1%의 응답자 중 '사람을 인공지능이 평가하는 것은 좋은 방법같지 않아서(60.9%)', 'AI채용의 시행착오와 혼란을 겪을 것 같아서(23.4%)' 등을 반대 이유로 꼽았다.

취업 스터디모임 중인 오모(25·여) 씨는 "사람이 사람과 같이 일하는 건데 로봇이 면접을 보고 인재를 찾는다하니 제대로 그 회사와 직무에 적합한 자가 뽑힐지 의문이다"며 "기술의 진보를 수용해야 하지만, 너무 인간미 없고 삭막한 현실로 변하는 거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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