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집밥을 더욱 맛있게, 반찬도 이제 쉽게 주문해요" 그랜마찬 구교일 대표

약관의 나이에 대학 입학을 앞두고 경영과 교육 중에 전자를 택했다. 또 20대 중반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취업과 창업 중에 후자를 택했다. 구교일 그랜마찬 대표 얘기다. 그가 만약 교육을 선택했다면 지금쯤 교사 임명을 앞두고 있을지 모르고, 그가 만약 취업을 선택했다면 어느 한 대기업 입사를 앞두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구 대표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내 선택의 후회는 없다"며 "두 갈레의 길이 있다면 고생하는 쪽을 선택한다. 그래야 그 길의 끝에 다다랐을 때 즐거움이 더 크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소상인 반찬가게를 온라인에서 주문 및 결제하고 구매할 수 있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그랜마찬'을 운영하고 있는 구교일 대표를 만났다.

Q. 본인과 회사 소개를 부탁한다.

한국산업기업술대학교 IT경영학과 4학년(2월 졸업 예정)에 재학 중인 구교일이다. 해가 갈수록 1인 가구 및 맞벌이 부부 등 소형가구가 늘어나면서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크게 성장한 온라인 반찬가게 서비스는 대부분 한 공장에서 생산해 택배로 전국에 납품하는 형태가 주를 이룬다. 이에 반해 '그랜마찬'은 지역 기반 소상인들의 손맛을 살리는 반찬가게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다. 바쁜 현대인이 간편하게 집밥다운 집밥의 맛을 느끼고, 소상인 반찬가게의 매출을 증대하는 게 목적이다.
Q. 주문 방법은 어떻게 되나.

고객들이 '그랜마찬' 웹 사이트에 방문하면 주소지를 먼저 입력한다. 그러면 자신이 있는 지역까지 배달이 가능한 반찬가게가 노출이 된다. 그 중에서 리뷰, 별점, 메뉴 등 각종 정보를 보면서 이용하고 싶은 반찬가게를 구경한다. 이후 고객이 반찬을 받고 싶은 날짜와 시간을 선택하면 반찬가게에서 만들 예정인 반찬이 나온다. 원하는 반찬을 담아서 결제를 하면 반찬가게에 주문이 들어가고, 똑같은 정보가 그랜마찬과 제휴를 맺은 배달 업체에도 전달이 된다. 현재 웹으로 접속 가능하고, 2월부터는 구글 플레이스토를 통해 앱으로도 주문할 수 있다.

Q. 수익 모델은 무엇이며, 타 배달앱과의 차이점은.

반찬가게 판매 수수료와 월 가입비를 받고 있다. 다른 배달앱과의 차이점이라면 반찬가게를 홍보하는 일에 손을 많이 쓰고 있다. 예를 들면 반찬가게 주변 지역에 전단지를 통한 오프라인 홍보와 매장에 그랜마찬 배너를 설치해주고 있다. 또 각종 온라인 맘카페와 제휴를 맺고 반찬가게를 홍보하고 있으며, 앞으로 오프라인 키즈카페와 제휴를 통한 마케팅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반찬가게는 오로지 반찬을 만드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Q. 대학생들이 모여 창업에 도전했다. 힘든 점은 없나.

아직 사업 초반이라 직접 영업을 뛰고 있다. 사장님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지만 우리 나이가 어리다는 점을 들어 많이 우려한다. 또 40~50대 사장님들이 우리가 만든 서비스를 잘 다룰 수 있을까 걱정도 있다. 이에 가장 단순하게 상품을 등록하고 주문을 확인할 수 있도록 관리자 페이지를 만들고 있다. 또 계약을 하면 기본적으로 사용 교육도 진행을 하고 있다. 고무적인 건 30대 여성이 반찬가게를 창업하는 경우도 많고, 어머니가 반찬을 만들고 딸이 가게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Q. 왜 이 같은 서비스를 시작했나.

자취생을 대상으로 각종 설문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처음에는 세입자 간 자취방을 거래할 수 있는 중간 플랫폼을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가능한 사업이라 바로 실행하기 어려웠다. '피봇(처음에 세웠던 목표를 바꿔야 할 때 사업 아이템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는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자취생이 식사에 대한 니즈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반찬가게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고객을 모아오고 배달을 해준다면 저렴한 금액에 반찬을 넘겨줄 수 있는지를 확인한 후 본격적으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Q. 처음엔 직접 배달도 했다고 들었다.

지난해 4월 반찬가게 한 곳과 계약을 하고 대학교 내에서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그랜마찬 홍보를 시작했다. 한국산기대를 포함해 인하대, 인하공업전문대, 한양대(에리카 캠퍼스) 등 4개 대학에서 40~50명의 학생을 모았다. 일주일에 3번씩 차를 직접 운전하고 배달을 했는데 길을 찾기 힘들어 시간의 효율성이 많이 떨어졌다. 또 마진도 없고, 반찬가게도 한 곳 뿐이니 메뉴도 다양하지 않았다. 이에 배달은 업체에 맡기고, 우리는 더 많은 반찬가게 모집과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이후 지난해 5월 사업자 등록을 완료하고, 9월 1일 정식으로 주문 가능한 베타 서비스를 운영했다. 현재 계약을 체결한 총 반찬가게 수는 15곳으로 이 가운데 9개 가게가 등록을 마쳤다. 4달 동안 2000만 원 이상의 거래액이 발생했고, 경기도 안산 전역과 시흥 일부 지역에 서비스가 가능하다. 올해는 서울과 인천 일부 지역에도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며, 2018년까지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 전역으로 서비스를 하는 게 목표다.
Q. 사업 자금과 공간은 어떻게 마련했나.

한국산기대는 창업선도대학이다. 지난해 3월 창업아이템 사업화에 선정돼 3700만 원과 대학 내 창업 공간을 지원받았다. 올해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스마트세계로누림터로 공간을 옮긴다. 한 액셀러레이터와 투자 미팅도 곧 가질 예정이다.

Q. 좋은 일도 하고 있는데.

회사의 슬로건 중에 하나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이다. 현재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장애 아동을 양육하고 있는 저소득층 가정에 반찬을 후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수익을 거두면 사회에 환원할 생각이며, 소셜벤처의 형태로 회사를 운영할 생각이다.

Q. 취업보다 창업이 몇 배는 더 힘들다는 말도 나온다.

대표라는 자리가 회사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일을 해야 하는데 경험이 전무하다보니 어려움이 많다. 비록 대학에서 총학생회장을 했지만 회사 조직을 이끄는 건 또 다른 것 같다. 이에 가끔 지칠 때가 있지만, 고객들의 좋은 반응을 볼 때면 눈 녹듯이 사라진다. 또 그래프의 곡선을 그리며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고 느낄 때 행복하고, 직원들과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릴 때 기쁨을 느낀다. 특히 개인적으로 불확실한 미래를 잘 이해해주고 위로를 해주는 여자 친구가 큰 도움이 된다.
Q.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대는 없었나.

사실 대학에 입학할 때도 한국산기대와 사범대학을 두고 선택의 기로에 있었다. 부모님은 교사가 되길 바랐지만, 난 '창업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대학을 선택했다. 이후에도 부모님은 취업에 유리한 총학생회장과 공모전 수상, 대외활동을 다 하고 왜 창업을 하느냐고 물어보신다. 그래서 '3년 이내에 내 밥그릇을 못 챙기면 취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창업 2년차다.

Q. 대학생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생각만 하지 말고 바로 실행에 옮겼으면 한다. 또 창업을 하면서 불확실성을 하나씩 없애나가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가설을 검증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나의 경우 온라인 반찬 주문 서비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홈페이지를 만들기도 전에 카카오톡으로 반찬을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 연락처를 받아놓고 매주 토요일마다 설문지 형태로 주문서를 만들어 시작했다. 테스트를 꼭 거쳐야 창업을 할지 말지를 판단할 때 명확해질 것이다.
Q. 향후 계획은.

반찬가게 사장님과 미팅 시 수수료 부분을 말할 때 '사장님이 돈을 많이 벌어야 우리도 많이 번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는 곧 반찬가게 매출을 많이 올릴 수 있도록 그랜마찬이 적극적으로 도와준다는 의미로 공생과 협력적 관계를 강조하는 것이다.

또 반찬은 포장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통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검은 봉지에 담아 주는데 이는 깔끔하지 못하다. 이에 현재 포장 디자인을 준비하고 있으며, 반찬가게와 소비자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그랜마찬 자체의 배달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사님들에게 배포할 생각이며, 향후에는 고객들의 반찬 구매 패턴을 분석해 반찬가게에 식자재를 납품할 계획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그랜마찬은 '손맛 좋은 할머니를 모아 반찬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반찬은 집밥다운 맛을 내야하며 획일화된 맛을 추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모든 밥상의 반찬을 '그랜마찬'이 책임지겠다. 요리를 잘하지 못하는 주부나 바쁜 일상에 식사를 못 챙겨 먹었던 분들은 동네에 그랜마찬이 생겼다면 애용해 주길 바란다. 믿고 반찬을 사먹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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