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문영희 교수 "저출산, 희망 품고 결혼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돼야.."

경력단절여성·청년실업·자녀교육·돌봄 환경 등 근본적 문제해결로 접근

"국가적 난제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획기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경력단절여성, 청년실업 등이 해결되면 자연히 출산율은 올라갈 것"


문영희 교수는 저출산 대책을 위해 그동안 투입된 예산이 200조 원에 달했지만 오히려 갈수록 출산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장기적으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단기적으로 성과내기에만 급급했던 역대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대한 초라한 성적표라고 진단했다.


문 교수는 "지금까지 다자녀가정 지원, 신혼부부 주택자금, 어린이집 누리과정지원 등 기혼자를 위한 정책만이 주를 이뤘다"며 "근본적으로 젊은 청춘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결혼을 해야 출산율이 오른데 현재 이들은 절망 속에서 결혼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까지의 저출산 대책 한계를 성찰하면서 보다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한 것에 대해 문 교수는 "경력단절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이 가능한 사회문화 조성과 삶의 질 향상, 성차별 해소, 청년실업 해소방안 등에도 관심을 기울여 정책을 마련해야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문영희 교수(좌측에서 두번째)
문영희 교수(좌측에서 두번째)
문 교수는 현 정부 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사회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안산대학교 겸임교수, 보건복지부 온종일돌봄체계 정책자문단, 광명시 저출산대책위원회 자문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경기도내 최연소로 광명시철산복지관장을 역임했으며, 광명시의회복지건설위원장, 안산시 평생학습원장, 서울시 양천구 양천사랑복지재단 사무총장으로 근무하는 등 사회복지 일선 현장과 관가, 정계, 학계를 두루 거친 복지정책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여성들의 육아 독박과 경력단절, 성차별에 대한 불안부터 해소돼야

"결혼하는 순간 회사 눈치부터 봐야했고, 임신하면 죄인처럼 불안해요. 아이를 돌봐줄 사람도 없고, 장래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아 고민하고 있어요"

문 교수는 "결혼한 젊은 엄마들은 육아 독박과 경력단절에 대한 불안으로 출산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저출산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결혼과 출산, 육아를 하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일과 기본적인 삶을 지켜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육은 부부의 공동 의무임에도 우리나라는 엄마만이 책임져야 하는 육아 독박의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며  "최근 이러한 인식이 변하고 있지만 남성 역시 경력단절에 따른 부담에 참여율이 저조하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 확대, 인사상 인센티브 부여, 남성육아휴직 시행기업 인증제 및 세액공제 혜택, 육아휴직자 대체인력뱅크 운영 및 인건비 보조 등 인센티브 지원정책과 함께 육아휴직 미이행 기업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패널티 제도 도입 등을 주문했다.

또 "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해 지역 거점형 공공어린이집 설치를 대폭 확충하고, 초등학교 전 과정에 대해 아이돌봄 제도를 확대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경력단절 여성 채용 시 세액공제비율을 10%에서 30%로, 대상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확대하고, 세액공제 규모를 150억원 정도로 추산했지만 실제 실적은 600만 원, 예상치의 0.04%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 교수는 "이렇게 초라한 성적은 경력단절 여성이 동일한 기업에 재고용 될 때에만 기업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라며 "제도가 좋아도 혜택을 받는 기업이 없으면 유명무실한 탁상행정일 뿐. 동일한 기업에 '재고용'이라는 조건을 '동일 직군 취업'으로 바꿔야 하며, 기업에서 인력 채용 시 경력단절여성을 일정비율 의무적으로 채용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문 교수는 취업에 있어 성차별도 적극 해소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경력단절 남성은 없고 경력단절 여성만이 있다. 동일한 학력, 나이, 경력을 남성과 여성으로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남성은 취업과 재취업이 용이하다"며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역량진단, 맞춤형 취업훈련, 취업연계 및 창업 지원 등 통합 관리시스템을 거점지역별로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혼은 더 이상 사치가 아닌 희망, 출산은 우리 모두의 축복인 사회 만들어야

"결혼해서 애 놓고 행복하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학자금대출도 아직 못 갚았고, 회사에서는 언제 나가라고 할지 불안하기만 해요. 결혼하면 집도 구해야 하잖아요. 결혼은 한마디로 우리에게는 사치예요"

문 교수는 "요즘 젊은층은 결혼을 사치로 생각한다"며 "결혼 포기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대표적으로 일자리와 주거 불안이다. 경제적 능력을 결혼의 우선 조건으로 꼽는 상황에서 일자리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젊은 청춘들은 결혼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그동안 일자리와 주거지원 대책을 펼쳤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한 건 실질적 수혜자인 미혼 청춘들에 대한 눈높이가 맞지 않은 탁상행정에서 기인된 결과"라며 "결혼율이 매년 감소함에 따라 출생율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결혼에 대해 달라진 청년들의 인식을 되돌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여성가족부는 2020년 이후에나 신생아수가 40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올해 신생아 수는 36만 명으로, 3년이나 앞당겨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출산율이 떨어졌다. 선진국 사례를 보면 여성의 고용률이 오르면 출산율이 회복된 것을 알 수 있다. 프랑스, 영국, 스웨덴의 경우 여성 고용률이 각각 55%, 60%, 70%였을 때 출산율은 1.7명에 그쳤으나, 여성 고용률이 60%, 68%, 80%까지 오르자 출산율이 1.9~2.1명까지 올라갔다"며 "결과적으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여성의 고용율이 올라가야 하며, 이를 위해 일과 생활이 양립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는 물론 사회적 인식도 변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우리나라 미혼남녀들은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해소 등 불안한 청년일자리 문제를 꼽았다"며 "안정된 일자리, 성차별 문화 타파, 적정한 소득보장, 안전한 노동여건, 일자리 차별 개선, 근로자 인권이 보장되는 청년친화적 일자리가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청년과 여성을 대상으로 경력개발 프로그램 운용, 성평등 임금공시제,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임대주택 제공, 보금자리주택 대출한도 인상과 대출금리 인하 등 결혼을 하면 오히려 경제적으로 풍족할 수 있다는 정부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결혼·출산 등 삶의 방식에 대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자녀양육을 인권으로 인정하는 '사람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사회가 당면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혼이 더 이상 사치가 아닌 희망이고, 출산은 우리 모두에게 축복인 그런 사회가 돼야 한다"며 "정부와 사회, 기업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창조한다는 각오로 획기적이며 실질적인 대책 마련과 함께 국난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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