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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출·퇴근길 '스마트폰', 면죄부와 속박을 주다

출·퇴근길 지하철을 탄 사람들, 모두 4.5인치 직사각형 화면에 빠져 있다. 익숙하고 당연한 풍경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퓨 리서치(Pew Research)가 세계 27개 국가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보급률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가 95%로 월등히 높았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휴대폰 단말기의 보급률은 100%,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휴대전화를 쓴다는 얘기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지하철 속 풍경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출·퇴근길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보자.

◆ 노약자·임산부 모른 척...'스마트폰으로 면죄부 얻다'

지하철 좌석에 앉아 있는 한 청년 앞에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손잡이를 위태롭게 잡고 섰다. 청년은 양 쪽 귀에 무선 이어폰을 꽂은 채 스마트폰 속 영상 세상에 빠져있다.

지하철이 정차할 때마다 정거장을 확인하는 것을 보니 자신 앞에 노약자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눈치도 아니다.

최근 청년에게 자리 양보를 강요하는 노인들에 대한 기사를 읽고 불편했지만, 스마트폰을 '면죄부' 삼아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던 청년의 모습도 썩 달갑진 않다.

임산부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하철과 버스에 임산부를 배려한 전용 좌석이 마련됐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임산부 40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은 '임산부 배려석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이유는 '자리를 비켜주지 않아서'가 59%로 가장 많았다.

예전엔 '양보가 강요(?)되는 상황'에서 눈치가 보였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화면만 본다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

직장인 권모(31) 씨는 "지하철을 타면 노약자를 위한 자리가 있다. 그 외 자리를 왜 양보해야 할까, 나도 똑같이 요금을 내는데..."라며 "만약 자리에 앉았을때 스마트폰에 집중하면 이런 불편한 기류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쉴틈 없는 '단톡 감옥'에 갇히다

회사 동료로 보이는 직장인 두 명이 지하철에 탔다. 이들은 업무, 상사 뒷담화 등의 시시콜콜한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나 자꾸만 울리는 '카톡' 소리에 대화에 집중하지 못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아르바이트 O2O 서비스 알바콜이 성인남녀 83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이 단톡방 스트레스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쉼 없는 알람'(23%)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답장을 기다리거나 요구받을 때'와 '퇴장이 곤란할 때'(13%), '부담스러운 과잉 친목'(12%)이 뒤를 이었다.

'단톡 감옥'에 갇힌 현대인은 출·퇴근길에서도 '카톡' 소리에 응답하기 바빴다.

취업한 지 6개월 된 사회 초년생 김모(27) 씨는 "출근 첫날부터 직장 상사가 회사 단톡방에 초대하더니 퇴근 이후에도 업무지시가 이어진다"며 "출·퇴근길부터 계속되는 메시지 알림에 친구나 회사 동료와 함께 지하철을 타도 대화에 집중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 스마트폰하거나 자거나

출·퇴근길 지하철에 탄 사람들은 크게 2개 유형으로 분류된다. 자거나 스마트폰을 하거나.

나조차도 출·퇴근길,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읽거나 잤던 기억뿐이다.

직장인 송모(28) 씨는 "지하철에 타면 멀뚱멀뚱 가는 것이 어색해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낸다"면서 "이젠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없으면 불안한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2017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스마트폰 과의존율은 18.6%로 1년 전보다 0.8%p 올랐다. 국민 6명 중 1명이 '스마트폰 중독자'인 셈이다.

취재를 위해 스마트폰 없이 지하철을 탄 첫 날, 허전함과 갈 곳없는 시선처리는 불안감으로 다가왔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사색과 여유를 찾았다.아니다 거짓말이다. 오늘도 퇴근길에 스마트폰을 볼 예정이다.

'스마트폰 없이 출·퇴근길에 도전해보자. 과연 우린 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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