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생활

'혐오콘텐츠' 팔면 돈 쥔다...10대 무방비 노출

문자보다 영상이 익숙한 세대인 10대가 유튜브의 폭력적·편향적인 '유해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10대 앱 사용시간 1위인 유튜브는 젊은 세대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자리잡았다. 초등학생의 장래희망으로 '인기 유튜버'가 꼽힐 정도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초·중·고교생 2만7265명 대상으로 희망직업을 조사한 결과, 유튜버가 초등학생 희망직업 5위를 기록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최근 한국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사용자의 세대별 사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10대가 유튜브에 한 달간 86억 분을 사용해 모든 세대 중 가장 많은 소비량을 보였다. 

경기도의 한 초등교사는 "검색의 개념이 변했다. 학생들이 다양한 문제 해결의 방법을 유튜브에서 찾는다"면서 "영상 생산에도 적극적이다. 또래 친구와 놀이를 영상으로 찍고, 유튜브에 올려 공유한다"고 말했다.
돈을 밝히는 여성에게 일침을 가하는 영상물 (왼쪽)과 폭력적인 콘텐츠를 진행한 유튜버(오른쪽) = 유튜브 캡처
돈을 밝히는 여성에게 일침을 가하는 영상물 (왼쪽)과 폭력적인 콘텐츠를 진행한 유튜버(오른쪽) = 유튜브 캡처

◆혐오 콘텐츠를 팔자, 자극적일수록 돈이 된다.

유튜브를 통해 1인 미디어 시대의 막이 올랐다. 콘텐츠의 다양성과 방대함도 있지만, 조회수가 돈이 되기 때문에 최근 여론을 반영한 자극적인 콘텐츠 생산도 경쟁이 치열하다.

김치녀, 한남충, 꼴페미 등을 주제로 남녀갈등을 조장하는 '혐오콘텐츠'를 양산하고 있으며, 이런 주제가 젊은 세대의 이목을 끌면서 동시에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

얼마전 남혐을 내세운 갓건배는 게임 방송에서 남자에게 폭언을 하거나 비난하는 언행을 일삼아 문제가 됐다. 또한 자신이 사는 지역을 대전 '한남동', 학력은 '한남대' 박사 졸업이라며, 한국남성을 비하하는 '한남'이란 용어를 남발해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 BJ 김윤태가 '남성을 비하하는 갓건배를 찾아가 죽이겠다'는 영상콘텐츠로 맞서 남녀대립 구도로 확대했다.

이 외에도 '된장녀', '김치녀'를 정의구현 하는 내용의 카톡 메시지 편집 영상만을 올린 채널도 인기를 끌었다. 진위여부는 모른다. 강남역 살인사건,이수역 폭행사건, 동덕여대 알몸남 등의 이슈도 유튜브에서 '남혐','여혐'이라는 키워드로 진영을 나눠 재생산됐다. 
한 초등학생이 유튜브를 통해 액체괴물 놀이를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 유튜브 캡처
한 초등학생이 유튜브를 통해 액체괴물 놀이를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 유튜브 캡처
유튜브로 세상을 읽는 10대는 자극적인 혐오 콘텐츠로 돈을 쥔 유튜버에 빠져들 수 있다. 

인천 한 중학교 신 교사는 "다수의 학생이 게임과 유튜브에 빠져 있다. 문제는 인기 게임스트리머를 자주 찾고 동경하는 친구도 생긴다"면서 "남혐, 여혐을 조장하는 유튜버를 모방하고 또래친구끼리 장난의 소재로 활용한다. 재미에 끌려 특정 유튜버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거나 모방하는 경향이 짙다"고 지적했다.

◆다양성은 있지만, 10대 콘텐츠 소비자 현혹할 우려↑

여러 인기 유튜버의 콘텐츠를 살펴보면 게임, 취미, 여행,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가 보기 편한 영상물로 생산, 유익한 측면이 많다.

그러나 이슈를 다루는 유튜버, 정치권 이념을 다루는 유튜버로 넘어가면 심각하다.'다름이 아닌 상대방이 틀렸다'는 명제로 자신의 주장을 나름의 논리대로 펼치기 때문이다. 잘못된 페미니스트의 선동, 정부 정책에 대한 가짜뉴스도 속출한다.

여기서 이슈를 해석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10대가 선택한 찬반 진영에서 현혹되기 쉽다.

인기 유튜버 A씨는 "말 그대로 1인 미디어다. 콘텐츠에 자신의 주관이 많이 반영된다. 또한 이 공간은 인기가 여론을 주도, 가짜 콘텐츠라도 팔로워만 많다면 맹신할 우려가 크다"면서 "이 때문에 돈과 직결되는 조회 수에 눈 먼 '프로 여론 선동꾼'이 늘 수 밖에 없다. 아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10대 콘텐츠 소비자에겐 유해한 콘텐츠도 다수"라고 지적했다.

권애경 박사(대상관계심리치료클리닉 소장)는 "어린 유아나 10대들은 아직 옳고 그름을 분간하기 어려워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시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위험이 있다"며 "이러한 자극은 청소년 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향후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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