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선무당이 사람 잡는 시대'가 열렸다

권현수 머니투데이 대학경제 부장
권현수 머니투데이 대학경제 부장
전문가의 고찰보다 언변이 뛰어난 비전문가가 활개치는 세상이다.

최근 미디어를 통해 시사예능 프로그램을 부쩍 많이 접할 수 있다. 지상파뿐만 아니라 종편, 케이블 방송까지. 어려운 정치, 시사를 재미있게 풀어내 시청자의 이해를 돕는 순기능은 훌륭하다.

그러나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다수의 패널이 자신의 정치성향을 담은 끼어맞추기식 통계 자료를 내세워 무리하게 논리를 전개하는 모습은 안타깝다. 특히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얄팍한 인터넷 지식을 입담으로 소화시켜 마치 전문가인냥 남발해 여론에 영향 미친다. 이는 아직 옥석을 가리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 '선동'이라는 부작용을 심어줄 수 있다.

얼마전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한 방송인의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달려든다'는 무책임한 말이 기억난다. 비전문가의 발언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여론을 주도하면 '아니면 말고식'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방송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선무당이 활개를 치는 소식이 들린다.

한 정부 부처 고위공무원이 술자리에서 "지금 장관의 무지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하소연한 적이 있다. 사연을 들어보니 이 정부 부처와 무관한 경력의 前정치인이 정권교체 후 장관직에 앉으면서 벌어진 상황이다.

이번 정권에는 유난히 많은 비전문가 출신 인물이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그들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안 맞는 옷을 입은 꼴이다. 외교관 출신이 아닌 외교부 장관부터 사법고시를 패스하지 않아도 우리나라 사법부 꼭대기 자리를 차고 있는 인물 등 너무 많아 이루 다 거론할 수 없다. 인사라는 것이 원래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을 거스르기 힘들지만, 선무당이 사람잡는 식이라면 글쎄.

최근 스마트폰과 SNS의 확산으로 인해 1인 미디어 시대의 막이 올랐다. 100만 이상의 팔로워를 가진 페이스북 셀럽, 유튜버의 수익이 공개되면서 이 분야가 新직업군으로 조명받기 시작했다. 이들은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얻으며, 인플루언서와 크리에이터라는 신조어의 주인공이 됐다.

10대 앱 사용시간 1위인 유튜브는 '갓튜브(God+유튜브)'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젊은 세대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자리잡았다. 초등학생의 장래희망으로 '인기 유튜버'가 꼽힐 정도다.

취재 과정에서 우연찮게 여러 인기 유튜브의 콘텐츠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유익한 정보 전달보다는 킬링타임용 콘텐츠가 다수지만 일단 솔직히 재밌다. 그러나 내 딸이 즐겨보기 때문에 더 깊게 들여다본다. 허술한 주작방송이 난무했다. 조회수를 올리려는 꼼수쟁이의 억지 콘텐츠다.

특히 잘못된 페미니스트의 선동, 정부 정책에 대한 가짜뉴스 생산 등 이 공간에서는 인기가 여론을 주도한다. 주작이라도 팔로워만 많다면 '팥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믿을 격이다. 1인 크리에이터가 아닌 조회 수에 눈 먼 '프로 여론 조장꾼들'의 세상이었다. 유튜브를 즐겨보는 내 딸이 위험하다.

필자도 기자생활을 하면서 선무당 전성시대를 몸소 경험한다. 예전에는 없었던 언론홍보대행사다. 이들은 광고주의 마케팅을 대행하는 회사다. 최근에는 기자 영역도 뛰어넘는 언론 홍보용 보도자료를 만들어 광고계약을 한 언론사 기자에게 전달한다.

모름지기 기사라면 객관적 사실에 입각해 취재를 하고 공정한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언론홍보대행사는 광고주의 돈에 눈이 멀어 과장된 문장도 거침없이 사용한다. 말도 안되는 문구도 기사에 내보내라고 강요한다. 이 기사를 본 독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심히 우려스럽다.

끝으로 히틀러의 정권 장악의 주효한 도구였던 괴벨스의 선전과 선동을 소개하며 푸념을 마친다.

괴벨스는 다음 같은 말로 거짓 선동이 매우 효과적일 수 있음을 강조했다.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를 추궁당하지 않는다", "대중은 작은 거짓말보다는 큰 거짓말을 잘 믿는다", "사람들이 거짓말을 듣게 되면 처음에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다가 그 다음에는 의심하고 계속 듣다 보면 진실이라고 믿게 된다", "선동은 문장 하나로 가능하지만 그것을 해명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해명할 때면 이미 대중은 선동돼 어떤 해명보다 선동 내용을 더 잘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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