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나는 캥거루다"..사회초년생, 부모에게 의지할 수 밖에

# 최근 마케팅회사에 입사한 정모(29)씨는 힘겹게 취업문턱을 넘었지만, 여전히 자립은 먼 이야기다. 사회초년생으로 처음 마주한 '생계'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직장과 가까운 서울에 집을 얻어 들어가는 월세 55만 원, 아무리 아껴도 나가는 고정비용같은 교통비, 식대, 휴대전화 요금 등 생활비 45~60만 원, 직장생활을 이유로 내가 부담하기로 한 보험료와 학자금 대출이자 3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이런 비용을 뺀 월급날 잔고통장을 보면 한 숨이 절로 나온다.

# 3년동안 매달렸던 공무원 시험을 접고 한 유통 회사에 취업한 사회초년생 강모(31)씨는 독립살이와 직장생활을 동시에 적응 중이다. 서울생활 4개월 째. 부모로부터 몸은 떠났지만 경제력이 부족한 탓에 여전히 부모 그늘 밑이다. "잔액 부족이라는데요?" 라는 편의점 알바생의 말에 자신의 체크카드 대신 아버지 카드를 내밀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이럴 때마다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다', '내 능력으로 결혼은 무리다' 등등 암울한 미래를 예언하는 혼잣말을 되뇌인다.

청년 취업난 속 부모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는 '비자발적 캥거루족'이 늘고 있다
청년 취업난 속 부모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는 '비자발적 캥거루족'이 늘고 있다
지난 3월 실업률은 '4.5%'..고용 상황이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지난 2001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청년층 실업률은 11.6%, 청년체감실업률은 무려 24%에 달했다.

이런 고용절벽 속에서 어렵사리 취업문턱을 넘은 사회초년생에게 '금수저가 없다'면 경제적 자립은 뜬 구름 잡는 일이다. 한달 꼬박 일해 받은 월급으로 생계를 꾸려가지만, 월급 대비 고정 지출 비용이 크고, 물가 상승에 대비해 월급은 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감하면 '비자발적 캥거루족'의 전락할 수 밖에 없다.

한 통계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 이내 취업한 2030 사회초년생은 평균 196만 원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생활비 등 소비에 106만 원, 부채상환에 22만 원, 저축·투자에 71만 원 등 월 평균 총 199만 원을 지출해 사실상 월급보다 3만 원씩 더 쓰는 셈이었다. 연차가 높아질수록 월급이 많아지나 지출액도 함께 늘어나 입사 3년차에도 지출액은 월급을 초과하고 있다.

2030 사회초년생의 대출 보유율은 평균 47.4%로 적지 않았다.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딛은 1년차의 대출 보유율은 평균보다 약간 낮은 43.6%, 입사 3년차가 되면 52.8%까지 높아진다. 사회초년생 절반이 보유한 대출금은 2959만 원으로 매월 49만 원씩 갚는다면 빚 청산까지 평균 5.1년이나 걸린다.

캐시트리 김성배 본부장은 "최근 20~30대 사회초년생이 제1금융권 채무변제, 대환대출 문제로 제 2, 3금융권까지 밀려 오는 추세"라며 "특히 소액 대출자의 상당수가 사회초년생이며, 대출의 목적이 생계형이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네 명 중 한 명이 혼자 산다는 1인 가구 통계수치가 나오면서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독립을 해도 부모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는 '캥거루족'도 덩달아 늘고 있다. 잡코리아가 지난 3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기준 20~30대 직장인 979명 중 54.2%가 캥거루족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청년층의 상당수가 저임금, 고용불안 등 경제 구조적인 문제로 캥거루족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높은 주거비용과 물가상승률도 이들의 경제적 독립을 저해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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