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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젊은 세대들 왜 '비트코인'에 열광하나

머니투데이 대학경제 문수빈 기자
머니투데이 대학경제 문수빈 기자
세계적으로 가상화폐 광풍이 불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20~30대 청년층의 비트코인 열풍이 뜨겁다.

이는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청년 실업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개인의 능력보다 부의 대물림에 힘이 실리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한탕주의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 열기가 연일 뜨겁다. 지난해 초 1코인당 100만 원대에 불과했던 비트코인은 10월부터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들어가면서 2000만 원대를 기록했다. 1년 사이 무려 20배 가까이 뛴 것이다.

비트코인 급등 소식과 주변에서 들려오는 '누가 얼마를 벌었다' 식의 카더라 통신이 난무하면서 무작정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회원 수는 251만 명으로,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에만 103만 명이 가입했다. 그 가운데 이용자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용자의 10명 중 6명이 20~30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20대와 30대는 각각 29%로 전체의 58%를 차지했으며, 40대는 20%, 50대는 12%였다.

연말 송년회 등 지인들과 모임을 가질 때면 '비트코인'은 빠지지 않는 대화소재다. 한 명씩 자리가 채워질 때마다 "잘 지냈냐"라는 안부 인사 대신 "너도 했어?"라며 대화가 시작됐다.

팍팍한 경제상황 속 부속품처럼 돌아가는 청년층은 투자 대비 수익률이 높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데다 주변에서는 다들 큰 이익을 봤다는 호기심에서 비트코인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스마트폰 하나면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고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꼽았다. 하지만 손실도 그만큼 쉽게 입을 수 있다는 것이 함정이다.

인천에 사는 이모(28)씨는 "돈은 벌어야 하는데 취업은 안 되고 우울했다. 뉴스와 각종 SNS에서 비트코인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글을 보니 호기심이 생겨 비트코인 거래를 시작했다"며 "이미 가격이 오른 상태였지만 더 오를 거라 믿고 돈을 넣었는데 하루 만에 갑자기 1000만 원대로 급락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한 중견기업에서 일하는 김모(30·여)씨는 "은행 이율은 쥐꼬리만 하고 수익률이 높은 투자 상품을 찾다 비트코인을 알게 됐다"면서 "동료 직원이 300만 원으로 시작한 비트코인이 2억 원까지 껑충 뛰었다는 인증샷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투자했지만 하루마다 큰 폭으로 변동하는 비트코인 시세때문에 무서워서 모두 정리했다"고 털어놨다.

비트코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가상화폐 거래소 사건,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작년 4월 야피존(현 유빗) 해킹, 6월 빗썸 개인 정보 유출, 11월 빗썸 서버 접속 장애, 12월 유빗 파산 등등.

정부가 가상화폐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거래 실명제 시행, 거래소 폐쇄 등 대대적인 손질에 나섰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불투명한 투자처다.

젊은 청춘들이 '티끌 모아 티끌', '부의 대물림', '흙수저론' 등에서 탈피하려고 이런 위험천만한 투자처에 모험을 건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속적인 경기 침체와 고용불안 등 사회적 구조가 하루빨리 개선돼 청년들이 한탕을 위한 투자 없이도 노력한 만큼 성과를 거두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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