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외모, 언변이 스펙'..블라인드 채용에 취업시장 변화

입사채용 면접에 외모 비중 86%.. 취준생 성형외과·피부과·스피치 학원에 몰린다

2018 하반기 공채시즌이 한창이 가운데 학력과 출신지 등을 묻지 않는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사기업까지 확산하는 추세다.

지난달 말부터 경기도 산하기관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통합 공채가 시작됐으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역대 최대 규모로 하반기 신입 공채 모집에 나섰다. 이와 함께 현대자동차의 상시 채용 면담 프로그램 '힌트(H-INT)', CJ그룹의 '리스펙트(Respect)전형', 롯데그룹의 'SPEC태클', KT의 '스타오디션' 등 민간기업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이 학력, 성적이 아닌 인맥 등 다른요인으로 채용당락을 좌우할 수 있으며, 다른 실력보다 외모와 언변이 뛰어난 사람이 유리할 거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학원에서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학생들
학원에서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학생들
◆ 입사채용 면접에 외모 비중 86%..성형외과·피부과 다시 불티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란 말처럼 면접의 완성은 '외모'라는 말이 취준생들 사이에 돌 정도로 외모 가꾸기는 취업 준비에 필수가 됐다.

최근 사회초년생이 된 석모(28·여) 씨는 이전에 콤플렉스였던 넙적코를 성형하고, 긴 취업준비 끝에 지난 상반기 A기업에 입사했다. 그는 "대게 면접을 볼때마다 면접관의 시선이 코에 집중되는 것 같아 괜히 위축되고, 가끔씩 면접에서 탈락하는 이유가 못난 코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성형을 결심했고 그 덕분인지 이전보다 자신감이 높아졌다"며 "단지 코 성형이 면접 합격에 큰 요인은 아니지만, 면접에서 자신감을 얻었다는 사실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라인드 채용에서 출신지역, 학력, 가족관계, 학력, 학점 등을 적지 않는다. 즉 서류보다 대면 면접이 합격 여부를 당락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성형외과나 피부과를 찾는 취준생들이 늘고 있다. 외모스펙을 위한 '취업 성형'때문이다.

신촌의 A뷰티클리닉 상담실장은 "채용시즌 전에 또렷한 인상을 위한 눈매교정이나 부드러운 이미지를 위한 입꼬리 성형 등 상담을 받으러 오는 취준생이 많아진다"며 "특히 시간과 비용 부담이 적은 사각턱 보톡스나 입술 필러 등 쁘띠성형 수요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사담당자가 면접에서 첫인상을 고려하는 비율은 86%로 "면접자의 외모가 취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짧은 시간 안에 다수의 면접자를 평가할 때 눈에 보이는 외모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취업준비생 11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73.5%가 "면접을 위해 외모를 관리한다"고 답했다. 기업 인사담당자 대상 설문조사에선 응답자 76.3%가 "면접 때 지원자의 인상때문에 감점을 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 '외모도 스펙'이란 말까지 생기면서 취준생들의 고민은 더 늘어간다. 지난 추석 연휴 성형외과를 찾은 최모(26여) 학생은 "비슷한 능력의 경쟁자가 있다면 내가 면접관이라해도 첫인상이 좋은 사람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 잘하면 합격.." 스피치·이미지메이킹 학원 성황

블라인드 전형의 확산으로 대면 면접이 중요해지면서 이미지트레이닝, 스피치 학원으로 취준생이 몰린다.

면접에서 좋은 첫인상 다음으로 표현력과 전달력 등 말솜씨와 면접관 질문에 빠르고 명확하게 답할 수 있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이미 해당 학원가에는 블라인드 채용에 대비한 면접 특강, 일대일 면접 컨설팅과 면접 패키지 할인 이벤트 등을 진행 중이며, 이를 찾는 취준생들로 성황을 이룬다.
스피치학원에서 발성연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
스피치학원에서 발성연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
강남 B스피치학원 상담사는 "주로 아나운서나 승무원을 준비하는 수강생이 많았지만, 블라인드 채용때문인지 요즘은 일반기업 면접을 준비하는 취준생의 수강도 늘었다"며 "수요에 맞춰 대기업, 공기업 등 기업별로 면접준비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면접 대비 수업 비용도 만만치 않다. 보이스 트레이닝과 면접 3~5회를 봐주는 패키지는 1백만 원이 훌쩍 넘으며, 일대일 컨설팅 비용도 1회에 20만 원 대에 달하기도 한다.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취업하는 취준생에게 또다른 부담이다.

취준생 이모(29) 씨는 "면접때 버벅이거나 면접관이 원하는 답변을 하지 못하면 표정부터 바뀐다"며 "블라인드 채용 이후 면접 중요도가 커진만큼 면접 전문학원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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