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수첩]청년창업, 불편한 진실을 말하다

권현수 머니투데이 대학경제 부장 "30세 미만 청년창업 5년 생존율 10명 중 1.5명..청년창업 불안"

고용절벽으로 인한 청년취업난이 심각하다. 지난 6월 기준 15~29세 청년실업률은 10.5%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다. 정부가 공무원 채용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일자리 정책을 쏟아내지만 여러 부작용이 예상된다.

창업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주도로 창업정책을 쏟아내지만, 청년창업의 성공률이 높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창업기업 5년 생존율은 27.3%로 창업가 10명 중 7명 이상이 실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세 미만의 청년창업의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15.9%에 불과했다.

정부가 장려하는 청년창업이 과연 일자리 창출의 대안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회의적이다.
권현수 머니투데이 대학경제 부장
권현수 머니투데이 대학경제 부장

◆정부주도형 창업지원, 의존성↑ 자생력↓...청년창업 실패구조

대학경제는 5년동안 취재한 2천 여곳의 스타트업을 빅데이터화했다. 그동안 이들의 창업을 응원하고 안부를 묻지만 안타깝게도 약진없는 유지 또는 포기가 태반이다. 특히 젊은 대학생 창업자는 창업이 아닌 다른 진로를 택한 경우가 90%이상이었다.

창업초기 창업아이디어를 소개하던 청년창업가의 반짝이는 눈빛이 시장의 냉정함에서 오는 피로감때문에 사라졌다.

이들의 실패담에서 정부의존형 창업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자체와 창업선도대학 등 다수의 창업지원을 통해 이들은 창업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시제품까지 제작한다. 그러나 창업성공의 최대난관인 제품양산과 판로개척, 마케팅은 창업자의 몫이다.

이 관문은 각종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하고 투자제의까지 받은 우수한 청년창업가에게도 넘사벽이다. 이 영역부터는 정부지원도 사실상 어렵다.

또한 정부주도형 창업정책은 세금으로 지원되는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창업선도대학 한 관계자는 "학업과 창업을 동시에 하는 학생창업자에게 매출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창업지원에서 사실상 소외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청년창업자는 보여주기식 창업지원의 대상일 뿐이며, 성과주의 창업정책 속 '들러리'가 되는 경향이 짙다.

특히 이스라엘, 미국처럼 민간투자 중심이 아닌 정부주도형 창업은 청년창업가에게 의존성만 높이고, 시장에서 자생력을 키우지 못해 창업 성공률이 매우 떨어진다. 청년창업을 장려하는 정책이 쏟아지는데 내 자식에게 성공유무를 떠나 좋은 경험이라는 '감언이설'로 창업을 부추길 것인가?

◆청년창업가 대다수가 취업과 창업 사이에서 고민

청년창업가는 취업과 창업 사이의 간극을 좁힐 수가 없다. 창업에 올인해도 성공가능성이 희박한데 학업과 창업을 동시에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대학생 창업자 사이에서 '상금헌터'라는 말이 있다. 창업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만든 창업아이디어를 구체화해 각종 대회에서 수상하고 상금을 타는데 주력하는 학생 창업자를 일컫는 명칭이다. 이들에게 어쩌면 리스크를 감수하는 시장진출은 필요없을지 모른다.

또 고용절벽 속 취업관문이 좁아지면서 변별력을 위해 기업에서 요구하는 취업스펙도 다양하다. 이중 돋보이는 이력 중 하나가 창업경험이다. 실제 많은 대학생들이 창업 경력을 취업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지난해 게임개발업체 M사에 취업한 김모(27)씨는 대학생 시절 창업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얻은 전국 창업대회 수상이력이 이번 취업에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기발한 모바일 앱을 개발했지만, 그는 창업이 아닌 취업을 선택했다. 이유는 시장가능성과 자본력에서 자신감이 없어서다.

청년실업난 대안책으로 창업을 장려하지만, 실패이후 가능성을 인정하는 풍토가 없는 것이 국내 창업시장의 정서다.

◆모방 창업의 범람, 정부지원 창업범위 국한

취재 중 제일 많았던 창업소재인 모바일 앱 창업은 현재 포화상태다. 뒤를 이은 배달, 숙박 등 O2O(Online to Offline)업계도 투자 기세가 한풀 꺽였다. 최근 스타트업 투자업계는 정보기술(IT)위주의 기술창업에서 요식, 뷰티 등으로 투자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창업방향의 흐름은 정부 창업정책의 기조때문이다. 그동안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창출의 유망주로 정보기술(IT)를 활용한 기술창업에 정부지원금이 쏟아졌고 지원방향이 바뀌고 있다.

이 때문에 청년창업가도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해 정부 입맛에 맞춘 창업소재에만 국한해 도전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는 모방창업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낳으며, 청년창업가가 기발한 창업을 구체화해도 금새 이를 모방한 서비스나 상품이 출시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또 시장가능성이 보이면 대기업이 막대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서비스나 제품을 모방해 스타트업 시장의 '공공의 적'이 되기도 한다.

필자가 스타트업 취재를 하면서 창업성공 조건에는 '귀인'을 만나면 성공하는 확률이 높았다. 여기서 귀인은 자본력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해주는 투자자 또는 시장진출, 판로개척에 인프라가 두터운 파트너를 의미한다. 아니면 '시장운'이다. 직·간접적 마케팅의 성공(연예인 등 유명인사 마케팅), 서비스나 제품이 우연한 계기로 시장과 잘 맞물린 경우다. 스타트업 사이에서는 이런 경우를 로또에 비유한다.

이런 두가지 경우 외에는 청년창업가 상당수가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발버둥쳐도 거대해지는 창업시장의 들러리라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특히 청년창업은 일반창업 기업보다 모든면에서 악조건에 놓인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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