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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4평짜리 고시원도 다행, 대학생 주거문제 심각

"이 곳에서는 조용히 말해야 해요.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가 가면 안되잖아요."

3월, 새학기가 시작되는 대학가 한 고시원 원장은 발걸음도 조심스럽게 떼며 조용히 말할 것을 당부했다. 방음도 잘 안되는 4~5평짜리만한 좁은 방이 빼곡히 붙어있어 작은 소리도 신경을 건드린다. 이 곳뿐만 아니라 수도권 대학가 고시원에는 대학생은 물론 외국인 유학생 심지어 교수들로 차고 넘친다.

대학가 월세난으로 고시원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대학생들은 입사 후 수습딱지를 떼고 맡은 첫 취재였다.

원룸 월세가 비싸 고시원을 찾는 대학생들이 많다는 것은 불과 1년 전 대학생활을 경험한 본인도 잘 알아 남 일 같지 않다. 대학마다 기숙사가 갖춰져 있지만, 이마저도 대부분 수용률이 낮거나 경쟁률이 높다. 기숙사라고 해서 반드시 저렴한 것도 아니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지난해 수도권 대학생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평균 월세 보증금은 1,418만 원, 월세는 42만 원, 월 관리비는 5만 7,710원이다. 하지만 실제 대학가 월세는 42만 원을 웃도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집안 사정이 넉넉한 학생들이라면 다행이지만, 여의치 않는 상당수의 학생들은 학자금과 생활비 대출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로 책값, 교통비, 월세 등 대학생활을 꾸려나간다. 물가는 치솟고 부동산 경기는 악화되는 가운데 비싼 등록금과 월세에 대학생은 몸살을 앓는다.

대학을 입학하자마자 '살 곳'을 걱정해야 하는 한국의 대학생들에게 청춘은 마냥 달갑지 않은 것 같다.

최근 서울시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청년활동수당' 등 각종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을 위한 주거 정책은 부족해 보인다. 열정과 패기로 뭉친 대학생들의 '살 곳'이 해결된다면, 4평짜리 고시원에서 벗어나 더 큰 꿈을 키우고 현실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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